['원격의료' 더 이상 미룰 수 없다]⑥ '네이버'는 왜 일본에서 원격의료 사업할까?

박응식 기자 승인 2020.03.10 13:22 | 최종 수정 2020.03.20 15:02 의견 0
 
 

[디지털머니=박응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정부가 한시적 원격의료를 시행하면서 이를 계기로 본질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원격의료는 지난 20여년간 찬반여론이 충돌해온 '뜨거운 감자'다.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도 지난 2010년 이후 수차례 발의됐지만 매번 상임위 문턱을 넘지못하고 폐기됐다. 

디지털머니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해묵은 논쟁거리로 남아있는 '원격의료'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기로 한다. [편집자 주] 

국내에서는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관련 전화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음에도, 의료계의 반발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만 원격의료 플랫폼 사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네이버 라인은 지난해 12월부터 일본에서 메신저 '라인'을 통해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원격의료를 엄격히 금지하는 한국에서 사업하기 어렵게 되면서 일본에서 돌파구를 찾은 것이다.

일본 라인은 메신저를 통해 의사와 상담할 수 있는 유료 서비스를 근래들어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라인 메신저만 있으면 코로나19를 비롯해 건강 이상징후에 대해 간편하게 공짜로 의사와 상담할 수 있다.

라인헬스케어의 원격의료 서비스 '라인 건강관리' 실행 모습. (자료=라인)

해당 서비스가 무료로 전환된 이유는 일본내 코로나19 전염이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라인 측은 "코로나19를 포함해 헬스케어와 관련된 위기 상황에서 이용자들의 불안을 덜기 위해, 서비스 제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인은 지난해 일본 의료전문 플랫폼업체 M3와 '라인헬스케어'를 설립하고 메신저 라인 이용자들이 내과·소아과·산부인과·정형외과·피부과 의사와 상담할 수 있는 원격의료 서비스 '라인 건강관리'를 출시했다.

2015년 원격진료 도입한 일본

일본은 병·의원-환자 집 원격 진료를 2015년 8월부터 도입했다. 그전에는 섬이나 격오지에만 적용하다가 전국 어디서든 할 수 있도록 의료법 규제를 없앴다. 이름도 온라인(on line) 진료라 명했다. 거동이 불편하여 통원 진료가 힘든 환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원격 질병 모니터링 등 스마트 의료IT 산업을 키우려는 두 가지 목적이었다.

처음에는 일정 기간 대면 진료를 하고, 이후 환자 선택에 따라 영상 통화로 온라인 진료를 시작한다. 의사는 진료 후 처방전을 우편으로 보내준다. 대상은 주로 고혈압·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자다. 인슐린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되는 당뇨병도 대상이다. 온라인 진료가 도입되자 거동 불편 환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일이 바빠서 외래에 가기 힘든 직장인이나 자영업자, 아이를 의료 기관에 데려가기 어려운 맞벌이 부모들에게로 확산됐다. 병원에 가는 것 자체가 심리적 부담인 정신질환자나 성 기능 장애 환자도 온라인 진료에 유입되기 시작했다.

온라인 의료 시스템 회사들도 속속 등장했다. 야독(YaDoc), 클리닉스, 포켓 닥터 등 10곳이 성업 중이다. 이 회사들은 기업들과 손잡고 직원 건강관리를 온라인 시스템으로 제공한다. 이 같은 건강관리 IT 플랫폼을 개발하여 온라인 진료가 활성화하기 시작한 중국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후쿠시마현은 고령 환자 방문 간호를 할 때 간호사들이 태블릿PC를 들고 가서 필요한 경우 의사에게 온라인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한다. 온라인 진료가 기존 의료 서비스의 빈자리를 메워주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이다.

원격진료를 넘어 원격수술까지 허용

일본 정부는 지난 2015년 일본 전국으로 원격 진료를 확대한 데 이어 로봇을 활용한 원격 수술까지 허용했다. 전국 어디서든 환자들이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받게 하려는 취지다.

이전까지 의사는 정보통신기술(ICT) 장비를 활용해 멀리 떨어진 환자를 진료하고 처방할 수 있었지만 수술은 할 수 없었다. 온라인 진료를 하려면 최소 한 번은 환자를 대면 진찰해야 했다. 후생노동성은 원격 수술을 허용하고, 대면 진찰 없이도 원격 수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원격 수술은 내시경 수술 지원 로봇 ‘다빈치’를 활용한다. 다빈치는 의사가 로봇 팔을 조종해 수술을 하는데 이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원거리에서 작동시키는 것이다. 주로 갑상샘암, 자궁경부암, 전립샘암 등 주요 암 수술에 쓰인다. 위급 상황에 대비해 수술실에는 의사를 배치하도록 했다. 통신이 도중에 끊기면 현장에 있는 의사가 다빈치 수술을 이어간다.

일본에서도 국내와 같은 반대 여론이 있었다. 원격진료가 전국으로 확대될 당시 “대형 병원이나 유명 의사에게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들이 일부 진료만 원격으로 대체하면서 병원 쏠림 현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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