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더 이상 미룰 수 없다]①'코로나19'로 다시 불붙은 원격의료 논쟁

박응식 기자 승인 2020.02.29 09:00 | 최종 수정 2020.03.20 15:08 의견 0
 

[디지털머니=박응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정부가 한시적 원격의료를 시행하면서 이를 계기로 본질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원격의료는 지난 20여년간 찬반여론이 충돌해온 '뜨거운 감자'다.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도 지난 2010년 이후 수차례 발의됐지만 매번 상임위 문턱을 넘지못하고 폐기됐다. 

디지털머니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해묵은 논쟁거리로 남아있는 '원격의료'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기로 한다. [편집자 주] 

정부는 지난 21일 전화만으로 진단과 처방을 받는 원격의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키로 했다. 당뇨와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의 의료기관 방문으로 인한 코로나19 감염확산을 막기 위해서다.

국내 의료법은 의사와 환자의 비대면 진료를 금지하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자 일시적으로 규제를 푼 것이다. 병의원에서 팩스로 환자가 지정한 약국에 처방전을 전달하는 방식도 도입된다. 전화진료로 제한되긴 하지만 원격의료가 처음으로 구현되는 것이다.

ICT기반 진단시스템을 활용하는 원격의료는 환사와 의사가 거리나 시간적 제약을 넘어 의료서비스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나아가 의료IT기술과 관련 산업을 육성하면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이 때문에 미국과 일본, 중국, 유럽 등은 원격의료를 합법화하고 관련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있지만 국내에서는 의사협회와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로 몇몇 시범사업을 한 게 고작이다. 

의사협회는 여전히 오진에 따른 법적책임 소재가 모호하며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반발하고 있디. 하지만, 코로나19로 만성 기저 질환자의 감염가능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이를 서둘러 안착시켜야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있다.

실제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등은 의료진이 부족한 대구경북지역부터 전화진료와 원격처방에 나서고 있다.

"원격진료 픟랫폼 마련 없이 졸속 추진" 비판

초기형태지만 이 같은 '원격의료'가 코로나19는 물론 사스와 메르스 등 전염 사태가 잇따르면서 병원내 전염을 원천 봉쇄할 수 있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이번 한시 허용으로 각 의료기관은 지난 24일부터 전화를 통한 상담 및 처방이 가능해졌다.가령, 환자가 의사와 전화상담 후 진료비를 계좌이체하고, 처방전도 팩스나 이메일로 받을 수 있다 처방약은 택배 수령도 가능하다.이를 통해 전염병 확산 우려를 낮춤과 동시에 의료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원격의료 질병관리 흐름도(자료=보건복지부)

그러나 정부의 원격의료 한시 허용이 ‘졸속’ 이라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이런 평가를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준비 부족이다.

원격의료를 제대로 하려면 스마트폰 앱 등 원격의료 전용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 의사가 화상으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환자가 혈압 등 건강 정보를 의사에게 전달하려면 이런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에선 이런 원격의료가 일상이 돼 있다. 스마트폰 앱으로 의사 진단, 처방부터 의약품 배송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국의 ‘알리헬스’는 누적 사용자가 1억 명이 넘는다.

하지만 한국은 원격의료가 불법인 탓에 이런 시스템이 없다. 전문가들은 원격의료를 비상 사태에 ‘땜질 대책’으로 쓸 게 아니라 미국처럼 전격 허용해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만성질환자의 재진 이상 진료는 원격의료를 도입해도 큰 문제가 없다”며 “고령화로 만성질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평상시에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규제개혁당, "ICT 원격의료 확대해 코로나19 대응해야"

규제개혁당도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심각' 단계로 상향한 것과 관련, 정보통신기술(ICT) 원격의료 규제개혁과 관련 산업 확대를 주장했다. 지금처럼 유행병이 확산될 때 효과적인 대응수단으로 ICT 원격의료 시스템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난 4일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에서 규제개혁당(가칭) 창당 발기인대회가 열렸다.(자료 =규제개혁당)

규제개혁당은 최근 코로나19 관련 정부의 전화 상담·처방 한시적 허용이 바람직한 방향이기는 하지만, 위기 상황에 닥쳐서야 한시적으로 원격진료가 허용됐다는데 아쉬움을 표했다. 특히 의약품 배송이 불법인 상황에서, 환자들의 약국 방문으로 직접 대면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규제 개혁을 통한 미래 대비를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네이버는 일본기업과 합작해 일본 현지에서 원격진료사업을 시작하는 등 우리기업들이 해외에서 신산업을 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규제개혁당 관계자는 “원격진료를 전화로만 하면 안 하니만 못하다”며 “기초적인 ICT기술을 적용하여 '온라인 리피트 처방'이 가능한 웹사이트를 개설하는 것만으로도, 처방약 수령을 위한 방문 줄이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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