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감염과정 실시간 관찰..액상 현미경+그래핀 신기술 개발

김정태 기자 승인 2021.01.19 15:55 | 최종 수정 2021.01.19 15:56 의견 0
신소재 그래핀 액상 유동 칩의 모식도 [자료=한국과학기술원]

[디지털머니=김정태 기자] 액상 현미경 기술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과정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됐다. 이 기술로 유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반응들의 분자 단위, 원자 단위에서의 관찰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액상 현미경은 용액 내에서 회전하는 나노 입자 이미지를 초당 400장 촬영할 수 있다. 진공 상태에서 촬영해야만 하는 투과전자현미경(TEM)보다 진보한 기술이다.

그동안 관찰하지 못했던 물질의 합성 과정을 밝히고 바이러스 및 단백질들의 상호작용과 같은 생명 현상 규명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는 등 기초 과학 및 공학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래핀 액상 유동 침을 이용해 관찰한 나노 입자 및 박테리아의 전자현미경 이미지. [자료=한국과학기술원]


■ 생체 분자의 구조 규명하는 데 다양하게 이용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KAIST)은 육종민 교수 연구팀이 신소재 그래핀을 이용해 액체 시료를 원자 단위로 관찰할 수 있는 액상 전자현미경 기술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그래핀은 흑연의 한 층에서 떼어낸 벌집 모양의 2차원 물질이다. 전기·화학적 특성이 우수해 반도체 분야 '꿈의 신소재'로 불린다. 그래핀은 약 0.2㎚(나노미터) 두께(1㎚는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의 원자막이다. 강철보다 200배 강한 강도와 높은 전기 전도성을 가지며 물질을 투과시키지 않는 성질을 가진다.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구건모 박사, 박정재 박사과정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에 내지 삽화와 함께 1월 14일자에 게재됐다. 논문명은 Liquid-Flowing Graphene Chip-Based High-Resolution Electron Microscopy.

전자빔을 광원으로 이용하는 전자현미경 기술은 일반 광학현미경보다 약 수천 배가량 높은 배율에서 물질을 관찰할 수 있다. 나노미터(nm, 10억분의 1미터) 단위로 집적화되고 있는 반도체 공정에서 품질 관리와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생체 분자의 구조를 규명하는 데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전자현미경을 구동하기 위해서는 매우 높은 수준의 진공 상태가 필요하다. 진공에서 쉽게 증발하는 액체 샘플은 관찰하기가 힘들어 기존에는 액체 시료를 건조시키거나 시료를 급격히 냉동시키는 초저온 전자현미경 방식으로 관찰이 이뤄졌다. 이런 방식들은 시료가 정지된 상태에서 구조적인 정보만을 준다. 이 때문에 액상 전자현미경 기술과 같이 액체 내에서 일어나는 역동적인 현상을 관찰할 수 있는 기술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자현미경을 이용해 액체를 관찰하는 것은 아쿠아리움에서 물고기들을 관찰하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물고기들을 선명하게 관찰하기 위해서는 높은 투과도를 가지고 수압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유리가 필요한 것처럼, 액상 투과전자현미경에서는 전자빔에 대해서 투명하며 높은 진공 상태를 견딜 수 있는 물질을 필요로 한다.

기존의 액상 전자현미경 기술은 약 50나노미터(nm) 두께의 질화 실리콘 막을 이용해 액체를 고진공으로부터 보호했지만, 이러한 막은 전자빔에 대해서 반투명하므로 물질을 흐릿하게 만들어 원자 단위의 관찰을 방해한다. 특히 단백질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생체 분자들의 경우 명암을 높이는 염색 과정 없이는 쉽게 관찰할 수 없었다.

왼쪽부터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육종민 교수, 구건모 박사, 박정재 박사과정. [자료=한국과학기술원]

■ "미지에 싸여있던 생명 현상의 비밀 밝힐 것"

앞서 지난 2012년 육 교수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그래핀 두 층 사이에 액체를 가두는 그래핀 액상 셀 기술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이후 이번 연구에서 이를 개선해 자유로운 액체 순환이 가능한 그래핀 아쿠아리움 전자현미경 이미징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이 투과 막으로 이용한 그래핀은 원자 단위의 두께를 가지고 강철보다 200배 높은 강도를 갖고 있다. 또한 연구팀은 자유로운 액체 순환과 교환을 위해 30~100나노미터(nm) 두께의 액상 수로를 가지는 구조체를 반도체 제작 공정인 리소그래피 공정으로 구현해 그래핀 액상 유동 칩을 제작했다.

연구팀의 그래핀 액상 유동 칩은 약 4기압에 달하는 압력 차를 견딜 수 있다. 기존보다 20배 빠른 액체 유동 조건에서도 안정적인 작동이 가능하다. 또한 기존 막보다 100배 정도 얇은 그래핀은 전자빔에 대해 투명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원자 단위에서 물질을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으며, 박테리아 및 생체 분자를 염색 과정 없이 온전히 관찰할 수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그래핀 액상 유동 칩은 체내의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으므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떻게 감염을 일으키는지, 알츠하이머와 같은 퇴행성 뇌 질환의 발병 원인으로 여겨지는 아밀로이드 섬유화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등과 같이 기존 기술로는 관찰할 수 없었던 현상들의 직접적인 관찰과 신약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육 교수는 "새로운 이미징 플랫폼의 개발은 과학 기술 발전의 토대가 되는 것으로, 액체 내 물질들을 분자 및 원자 단위로 관찰하면 자연의 가장 작은 단위에서 시작되는 다양한 현상들을 규명할 수 있다"면서 "이를 토대로 미지에 싸여있던 생명 현상의 비밀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ˮ 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삼성 미래기술 육성 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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