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성범죄, '철부지' 노린다..서울 청소년 셋중 하나 '온라인 문자' 경험

"n번방 이후13세미만 5명 상담 요청"..성폭력 플랫폼 ‘온 서울 세이프’ 신설

김정태 기자 승인 2020.12.14 09:35 | 최종 수정 2020.12.14 09:53 의견 0

서울에 사는 아동·청소년 3명 중 1명은 메신저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낯선 사람에게 쪽지나 대화요구를 받아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픽사베이)

[디지털머니=김정태 기자] 서울 청소년 3명 중 1명꼴인 36%가 메신저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낯선 사람에게 쪽지나 대화 요구를 받아본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온라인으로 알게 된 사람으로부터 실제 피해를 입은 경우도 5%나 됐다.

이른바 'n번방(텔레그램 성착취방)' 사건 이후 ‘디지털 성범죄’ 신고도 늘었다. 특히 13세 미만 아동의 경우 n번방 사건 보도 이전에는 상담 요청 피해자가 1명도 없었지만 보도 이후 5명이 피해 상담을 요청한 것으로 서울시의 조사로 드러났다.

■ 온라인으로 접근한 낯선이들 대부분 또래 아동‧청소년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가 사단법인 탁틴내일과 함께 서울시교육청의 협조를 받아 초‧중‧고교생 1607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첫 피해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조사 결과, 온라인으로 접근한 낯선 사람들은 대부분 또래 아동‧청소년들이었다. ‘나이, 핸드폰 번호 등 개인정보를 알려달라’(23%)고 요구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쉽게 용돈을 벌 수 있게 해주겠다’는 제안도 10%였다. 낯선 사람에게 대화 요구를 받은 아이들 중 실제 개인정보를 알려준 적이 있다는 응답은 64%에 달했다.

대화를 나눈 낯선 사람의 나이는 14세~16세(45%), 17세~19세(43%) 순이었다.

낯선 사람에게 개인정보를 알려주거나 사진을 보내준 이후 ‘칭찬하거나 친절하게 대해줬다’는 응답이 29%로 가장 높았다. 현금 또는 용돈을 주겠다고 하거나(15%) 문화상품권, 게임머니, 게임아이템 등을 주겠다고 한(10%) 경우가 뒤를 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사람으로부터 피해 경험이 있는 학생은 5%였다. 가장 많이 당한 피해는 'SNS나 가족, 친구에게 나의 나쁜 점을 알리겠다'(56%)는 협박이었다. 신체사진이나 성적인 행동을 하는 동영상을 보내라는 협박도 17%에 달했는데, 협박에 못 이겨 실제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낸 경우도 6%로 조사됐다.

시는 이 같은 디지털성범죄로부터 아동, 청소년을 보호하고 서울시의 디지털성범죄 근절대책을 발표하기 위한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현황과 대응 국제 심포지엄'을 온라인으로 개최한다.

이번 국제 심포지엄은 5개 국가의 국제적 연대를 통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성범죄의 해법과 국제적 협력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다. 미국(THORN), 영국(Facebook), 네덜란드(INHOFE), 중국(CLIA) 등 5개국의 비정부기구(NGO), 기업, 단체 등이 참여한다.

심포지엄은 ▲서울시 디지털성범죄 예방 및 피해자 지원사업 ▲국외 디지털 성범죄 현황과 대응 ▲종합토론 순으로 진행된다.

시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 및 심포지엄을 통해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성폭력 예방교육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또 교사와 부모님 등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추진한다.

서울시 '아동·청소년 온라인 성범죄 피해 실태조사' 도표 (자료=서울시)

■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 머무는 시간까지 많아 더 위험

또한 서울시는 최근 코로나19로 아동‧청소년들의 인터넷 사용 시간이 길어지면서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같이 미성년자를 노린 디지털 성범죄 노출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가해자가 개인정보를 협박 수단으로 삼아 사진이나 영상물을 착취하는 ‘온라인 그루밍(Online Grooming)’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일일 인터넷 이용시간은 온라인 학습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2~5시간(46%)이 가장 많았으며, 코로나19 이후 인터넷 사용시간이 늘었다는 응답은 59%로 나타났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은 동사무소 근무인력이 주민등록 데이터베이스에서 입수한 개인정보를 협박수단으로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 피해자 62%가 아동·청소년(408명)으로 다수를 차지했고, 피의자 역시 10대가 1029명(73%)으로 가장 많았다.

이보다 앞서 지난 3월 중순부터 8월까지 디지털 성범죄 피해지원 서비스인 ‘찾아가는 지지동반자’에 도움을 요청한 피해자 중 24.1%(21명) 역시 아동·청소년이었다. 지난해 10월∼올해 3월 중순(13.5%·10명)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서울시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폭력 예방교육을 더욱 확대하고, 교사와 부모님 등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추진한다. 특히 ‘개인정보 제공’에 대한 위험성과 온라인 그루밍에 대한 교육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전국 최초 초‧중학생 대상 예방교육 : 아동, 청소년 디지털 성폭력 예방교육 매뉴얼 2종을 개발, 지난해부터 예방교육을 하고 있다. 올해까지 초, 중, 고등학교 400개 학급, 8000명이 교육을 받았다.

이와함께 서울시의 디지털 성폭력 온라인 플랫폼인 ‘온 서울 세이프’ 내 올해 10월 신설. 부모님을 비롯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피해에 대해 신고하고 익명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시는 올해 아동·청소년 전담 지지동반자를 선발해 상담부터 경찰 수사동행, 진술 동행까지 1대1 통합지원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1632건의 피해자 지원이 이뤄졌다.

서울시 송다영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요즘 아동‧청소년 세대는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고,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 머무는 시간까지 많아지면서 디지털 범죄 위험에 무방비”라며 “더 늦기 전에 우리사회가 확실한 예방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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