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터 국내 의료계 확산..빠르고 안전한 '환자 맞춤형 수술' 역할 톡톡

김정태 기자 승인 2020.11.25 19:47 의견 0
3D 프린터로 만든 수술 가이드를 적용하면 초기 유방암도 빠르고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다. (자료=서울아산병원)

[디지털머니=김정태 기자] 3차원(3D) 프린터가 국내 의료계에서도 널리 확산되고 있다. 3D 프린터로 유방암 진단의 정확도를 높인 수술법이나 3D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 등 최근 들어 적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는 기대를 받는다.

전 세계에서 3D 프린터 주요 수요처는 소비재·의료·자동차·항공 산업이다. 4개 분야가 전체 3D 프린터 산업 매출의 65%를 차지한다. 이 중 의료산업계에서는 소비자 맞춤형 제품과 복잡하고 모양의 부품을 생산하는데 3D프린터를 활용한다. 맞춤형 보청기는 99%가 3D프린터로 만들어진다.

■ 3D 수술 가이드로 종양만 정확하게 절제, 수술 안전성 높여

3D 프린터로 유방암 진단의 정확도를 높인 수술법이 국내에서 개발돼 주목된다.

25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유방외과 고범석·융합의학과 김남국 교수팀은 3D 프린터로 만든 수술 가이드를 적용해 초기 유방암인 유방 상피내암 환자 11명에게 유방보존술을 실시했다. 그 결과 종양에서 절제연까지 평균 거리가 약 1cm로 정상 유방 조직을 최대한 보존했으며 암이 남아있지 않고 모두 정확하게 절제됐다.

유방 상피내암은 초기 단계이지만 암의 영역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수술 범위를 정하기 위해 통상적으로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실시한다. 이제까지는 검사 결과에서 보이는 암의 범위를 유방에 직접 표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3D 프린팅 수술 가이드를 적용하면 유방암의 병기나 형태와 상관없이 유방의 모양을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종양만 정밀하게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앞서 서울아산병원 고범석ㆍ김남국 교수팀은 3D 프린터를 활용해 지난 2015년 세계 최초로 유방암 3D 수술 가이드를 개발했다. 이 가이드는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로 발견된 유방암의 위치와 영역 정보를 3D 프린터로 전송해 제작된다.

3D 수술 가이드는 환자마다 다르게 검사 결과에 따라 맞춤형으로 민든다. 이를 통해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가 정상 유방 조직을 최소한으로 절제하도록 수술 부위를 유방의 피부 위에 그릴 수 있게 한다. 게다가 유방 내부에 있는 종양의 테두리를 미세 침으로 염색해 해당 부분만 절제할 수 있게 돕는다.

기존에 실제 수술 범위를 표시하는 방법과는 다르게 3D 프린팅 수술 가이드를 활용하면 환자 통증, 기흉 위험, 방사선 노출 등의 합병증을 없앨 수 있다. 특히 시술 및 수술 시간까지 줄어들 수 있다.

고범석 교수는 “유방암 초기로 진단되면 초기 단계라고 하더라도 환자 입장에서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면서 "3D 수술 가이드로 종양만 정확하게 절제하면 수술 안전성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방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삶의 질까지 제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남국 교수는 “이번 연구를 기반으로 유방암 수술에 맞춤형 수술 가이드를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고용곤 연세사랑병원장(오른쪽 뒷줄)과 정필구 소장이 환자의 무릎에 맞는 맞춤형 수술도구 디자인에 대해 상의하고 있다. (자료=연세사랑병원)

■ 3D맞춤형 인공관절 각광..수술 누적 건수 1만건 돌파 병원도

'3D맞춤형 인공관절 수술'도 각광받는다. PSI(Patient Specific Instrument)라는 '환자 맞춤형 수술도구'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환자의 무릎 형태와 하지정렬(고관절·무릎·발목을 잇는 축이 일직선을 이뤄 올곧은 상태)이 정확히 계산된 수술도구를 활용한다.

이 수술법은 먼저 시행 1~2주 전 무릎 MRI 검사를 통해 무릎관절의 모양·크기 등 구조를 측정한다. 그 후 3D 시뮬레이션으로 가상 수술을 집도해 인공관절을 어디에 어느 각도로 넣을지를 분석한다.

이를 기반으로 환자 개인의 '맞춤형 수술 도구'를 3D프린터로 전송해 출력한다. 완성된 출력물은 관절 절삭 부위를 알려주는 'PSI'다. 수술 시 손상된 관절 부위에 PSI를 끼우고 망가진 관절을 잘라내면 인공관절이 정확한 자리에 이식된다.

환자의 무릎 형태와 하지정렬(고관절·무릎·발목을 잇는 축이 일직선을 이룬 상태)이 정확히 계산된 수술도구를 활용하기 때문에 30분이라는 짧은 시간내에 완성도 높은 수술이 가능하다.

실제로 이 병원은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은 환자 170명을 대상으로 기존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 그룹(100명)과 3D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 그룹(70명)의 하지 정렬 축이 3도를 초과한 비율을 비교했다. 그 결과, 기존 인공관절 수술 환자는 26%가 3도를 초과했지만 3D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 환자는 5.7%에 불과했다.

고용곤 연세사랑병원장은 "맞춤 치료를 위한 특수 MRI 촬영비는 병원 측에서 지원한다"면서 "최신 의료의 혜택이 환자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본원의 진료 철학 때문"이라고 전했다.

연세사랑병원의 3D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 누적 건수는 7년만에 약 1만 500례를 돌파했다.

한편 전세계 3D프린터 시장 규모는 평균적으로 전년대비 25% 성장률을 보이며 현재 140억달러(약 15조 5000억원) 규모 시장으로 성장했다.

이중 아시아가 전세계 적층제조(AM : Additive Manufacturing) 시장의 약 30%를 차지한다. 중국이 47~50% 수준으로 가장 크고 다음 일본(30~32%), 한국(10~12%)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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