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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의 아버지에 해당하는 암호학자 데이빗 차움. (사진=SNS 캡쳐)


[디지털머니=유정선 기자] 암호화폐의 개념을 세상에 처음으로 꺼내놓은 암호학자 데이비드 차움이 한국에 왔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그리고 분산경제의 미래’를 주제로 한 제1회 분산경제포럼이 3일부터 4일까지 양일간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진행된다. 암호화폐의 개념을 제시한 데이비드 차움이 기조연설을 하고 비트코인 개발자 크레이그 라이트,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 비트코인닷컴 최고경영자(CEO) 로저 버 등이 연사로 참여한다. 

‘암호학의 아버지’ 데이비드 차움(David Chaum, 만 63세)은 컴퓨터 과학자이자 암호학자다. 그는 1982년 익명거래 시스템을 제안해 암호화폐(가상통화) 개념을 세상에 최초로 내놓은 인물이다. 비트코인 창시자로 알려진 나카모토 사토시의 2008년 논문보다 26년이나 앞섰다. 때문에 아직까지 베일에 가려진 나카모토 사토시가 차움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돌았다. 

차움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암호 기술이 고대 그리스와 같은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포럼에서 암호학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부터 디지털 화폐를 개발하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하게 풀어냈다.

차움이 암호학에 뛰어든 것은 지금으로부터 35년 전. 당시 UC버클리 컴퓨터 공대 대학원생이었던 그는 암호학을 접하고선 “잠재력이 큰 분야”라고 생각했다. 차움은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로 개개인의 정보가 디지털화되면 거대 기관들이 이를 손쉽게 수집할 수 있고 프라이버시 침해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 암호기술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1982년 암호 기반의 지불 체계를 설명한 전자화폐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에서 그는 ‘블라인드 서명(Blind Signature)’을 제시했는데 디지털 서명을 통해 암호화된 메시지를 주고 받는 방식으로 당사자들의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고 결제할 수 있는 방식이다. 

차움은 “소비자들이 내가 어디서 쇼핑하는지 공개되는 것을 꺼려 하는데 블라인드 서명 기술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이캐시'는 은행이 어느 계좌에서 나온 돈인 지 누가 돈을 인출했는지 알 수 없도록 익명성을 보장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차움은 1990년 디지캐시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이캐시’라는 세계 최초의 암호화폐를 내놓았다. 1994년에는 세계 최초의 이캐시를 제네바에서 암스테르담까지 송금하는데 성공했고 당시 도이치뱅크, 노무라 은행 등이 이캐시 발행에 나섰다.

시대를 너무 앞선 탓에 당시에는 외면을 받았지만 차움의 블라인드 서명과 이캐시는 오늘날 분산원장 기반의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술의 근간이 됐다.
차움은 대표적인 사이버펑크(Cypherpunk) 운동가이기도 하다. 사이버펑크는 당시 정보기관과 군대에서나 이용되던 암호학을 대중화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운동이다. 

그는 이날 블록체인 기술로 실현될 '분산 거버넌스' 환경에 관심을 표했다. 분산 거버넌스란 중앙기관이나 중개자 없이 합의에 도달하는 모델을 의미한다. 차움은 “개개인이 암호화폐에 대해 더 많은 통제력을 갖고 암호화폐의 진수를 누리는데 기여하고 싶다”며 “처음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겠지만 고대 그리스의 직접민주주의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