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금지법' 표류하는 사이 혁신 모빌리티 업계 쫙 갈라졌다

-카카오 등 7개사 "타다금지법 통과하라" 공동성명
- 차차 "개정안 통과되면 국내 시장 순식간에 잠식"

박응식 기자 승인 2020.02.27 23:31 | 최종 수정 2020.03.20 15:09 의견 0
 

[디지털머니=박응식 기자] 일명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는 동안  '마카롱택시' 등 택시 기반 모빌리티 업체들과 '타다'로 대표되는 렌터카 기반 모빌리티 업체가 충돌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의 종류에 '여객자동차운송플랫폼사업'을 신설해 기존 택시와 정보기술(IT)을 결합한 '플랫폼 택시'를 제도화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플랫폼 사업자가 허가를 받고 기여금을 내면 합법적으로 여객운송사업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겠다는 것이다.

다만, 렌터카 사업자의 기사 알선 허용 범위를 좁혀 현행 타다 영업을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플랫폼택시 제도화를 위한 법이지만 일명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고 있는 이유다.

여객법 개정안의 향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코로나 3법(감염병예방법 개정안·검역법 개정안·의료법 개정안) 처리로 인해 법사위 논의 안건에서 밀린 데다가, 이후 처리 여부나 관련 일정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타다만 혁신이냐?"

카카오모빌리티, KST모빌리티(마카롱택시 운영사), 코나투스(반반택시 운영사), 벅시, 벅시부산, 위모빌리티, 티원모빌리티 등 7개사는 27일 공동으로 성명서를 내고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중인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 7개사는 “국회가 법 개정을 미뤄 법안을 폐기하는 것은 정부 정책을 믿고 신뢰하며 동 법안의 통과를 기대하는 모빌리티 기업과 이용자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국회의 직무태만”이라며  “만일 여객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정부 정책을 믿고 사업을 준비한 모빌리티 기업은 생사의 갈림길로 내몰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카롱택시

이어 “여객법 개정안을 반혁신 입법으로 치부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정 서비스 금지법이라는 명칭이 되어 마치 규제 입법으로 표현되고 있다”라며 “개정안은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과 택시업계가 서로 양보한 상생 입법이고 기존 제도의 모호함을 제거하여 모빌리티 기업이 도약하는 발판이 될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또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한국의 모빌리티 산업은 또다시 기나긴 중세의 암흑기를 보내게 될 것”이라며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KST모빌리티와 카카오모빌리티가 제공하는 현 서비스의 경우 택시 법인을 인수하고 택시 면허를 확보해야 해 대규모 사업 확장이 어렵다. 여객운수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렌터카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인 타다는 상대적으로 쉽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반면, 이들 기업은 시장 장악이 힘들어진다.

"타다 금지하면 글로벌 업체만 혜택볼 것"

타다·차차 등 기사 포함 렌터카 호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법안의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여객법 개정안을 두고 공유승차 업계가 분열하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지 말아야 한다”라며 “법안이 통과되면 승차공유 플랫폼 실현은 멀어지며 국부 유출의 우려가 많다. 개정안이 통과될 시 우버와 같은 거대 글로벌 자본의 침투로 국내 공유승차 시장은 순식간에 잠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1승합차 호출 서비스 ‘차차 밴(VAN)'

차차크리에이션의 김성준 대표는 “카카오가 제안한 여객법 개정 합의안에 마카롱이 거수기 역할을 자청하는 것”이라며 “택시기반만 허용하자는 것은 국민들의 서비스 개선 요구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대로 간다면 마카롱 택시는 신 쇄국입법안의 거수기 역할을 하게 될 뿐”이라며 “23만 대의 면허 보유 차량과 26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가 언제든 마카롱 택시와 유사한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는데, 대등히 경쟁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타다의 모회사인 쏘카 이재웅 대표는 지속적으로 “타다금지법이 통과되면 타다는 문을 닫아야 한다”라고 주장해왔다. 지난 26일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타다금지법을 만들면서 택시 쪽 이야기만 듣고, 제대로 된 데이터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실책이다. 법과 제도에서도 허용된 타다금지는 명백히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꽃놀이패?

공동 성명에 카카오모빌리티가 참여한 것도 눈길을 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타다처럼 운전기사를 알선하는 렌터카 기반 모빌리티 사업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지금처럼 규제에 가로막히느니 앞으로는 타다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해 시장에 진출할 수도 있다는 선언으로 풀이된다.

카카오택시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기사 포함 렌터카 사업에 대해 “여객법 개정안 원안이 불발되는 경우에 대비해서 서비스 진출을 검토한 것”이라며 “여객법 개정안 국회 처리를 지지하는 입장은 바뀐 적이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자금력이 풍부한 데다 ‘카카오 생태계’라는 탄탄한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터라 개정안 처리 향배에 따라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다른 모빌리티 업체와는 처지가 다르다.

카카오로서는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든, 타다 허용으로 통과되든, 무산되든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원안대로 되면 플랫폼 가맹이나 중개사업외에 플랫폼 운송사업에 도전할 수 있고, 수정안으로 통과되거나 무산되면 렌터카 기반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법사위원들의 향배는? 

택시업계뿐만 아니라 혁신 모빌리티 업체들까지 단체로 여객법 개정안 처리를 촉구하고 나섬에 따라 칼자루를 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이재웅 대표 등에 대해 법원의 1심 무죄 판결이 나온 직후 법사위원 상당수가 “법원이 합법으로 판단한 타다 서비스를 국회가 중단시킬 수는 없다”란 여론에 흔들리며 법안 처리에 유보적인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국토부는 통과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고, 이철희·금태섭·채이배 의원은 타다 같은 렌터카 기반 서비스를 금지하는 데 반대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 법사위의 한 인사는 “이번 성명 발표로 이제 혁신과 반혁신의 구도로 여객법 개정안을 바라보기 힘들어졌다. 위원들 간 고민은 깊어지게 됐다”고 밝혔다. 아직 일정이 잡히지 않았으나 다음주 중 이 법안이 논의될 수 있는 법사위 전체회의가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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