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번째 유니콘 기업은 어디?]⑧ '한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왓챠'

박응식 기자 승인 2020.02.10 10:39 | 최종 수정 2020.02.18 11:59 의견 0
 

[디지털머니=박응식 기자] 올해 우리 정부가 유니콘(Unicorn) 기업 육성에 적극 나서기로 하면서 유니콘이 될 만한 예비 기업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올해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K-유니콘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유니콘이 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 200개를 선정해 발표하는 것이 골자다.

이르면 다음달 구체적인 안이 발표된다. 지난해까지 11개의 유니콘 기업을 배출한 한국은 오는 2022년까지 유니콘 기업 20개를 만든다는 것이 중소벤처기업부 목표다. 정부안에서 더 나아가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유니콘 30개 육성 계획까지 총선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디지털머니는 정부의 유니콘 집중 육성 정책이 본격적으로 실시되는 올해에 12번째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할 예비 유니콘 기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이번에는 여덟번째 순서로 ‘한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왓챠플레이’를 운영하는 '왓챠에 대해 알아본다.[편집자 주]

지난 2011년 설립된 '왓챠(Watcha)'는 개인 회원들의 별점 데이터를 기반으로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로 출발했다. 영화 마니아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 5억 개가 넘는 국내 최다 별점 데이터를 확보했다. CJ CGV는 2300만 개, 네이버는 1500만 개 수준이다.

2016년엔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처럼 국내외 영화와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왓챠플레이’를 시작했다. 왓챠와 왓챠 플레이는 별도의 서비스지만, 왓챠 플레이는 왓챠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영화를 추천해 주고, 스트리밍까지 하는 서비스다. 때문에 추천 정확도나 기술에서도 넷플릭스와 유사하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왕좌의 게임’으로 잘 알려진 HBO를 비롯해 디즈니, 소니픽처스, BBC 등 해외 대형 배급사와 CJ E&M, JTBC 등 국내외 50여 개 공급사와 계약을 맺고 5만 편 이상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누적 회원 수는 500만 명이며,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은 250만 회 이상 다운로드됐다.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8년 8월 미국, 캐나다 등 영어권 국가에서 '왓챠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지난해 하반기에는 일본에서 왓챠플레이를 출시했다. 또한 아시아 지역의 현지 통신사와의 결합상품, 데이터상품, DCB 제휴 등을 통한 진출도 검토 중이다. 

왓챠는 모든 서비스를 개인화한 콘텐츠 종합백화점으로 우뚝 서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영화 추천 서비스에만 그치지 않고 웹툰, 게임, 음악, 공연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추가할 예정이다. 일단 음악이나 웹툰이 고려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기술보증기금은 왓챠를 ‘차세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비상장기업)’으로 지난해 7월 선정했다.

"세계 최대 온라인 비디오 가게"

왓챠플레이는 현재 2030세대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서비스다. 젊은층들에겐 CJ ENM의 티빙, SK텔레콤의 옥수수 등 대기업 자본으로 만들어진 OTT보다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의 라이벌이라는 평까지 듣고 있다. 

왓챠플레이의 성공 비결은 개인의 취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추천 알고리즘에 있다. 왓챠플레이를 출시하기 4년 전부터 시작한 무료 영화 추천서비스 덕분이다.

 

왓챠는 양질의 데이터와 개인화 서비스를 통해 영화를 추천해준다. 영화를 보는 시간만큼 오래 걸리는 영화를 선택하는 시간을 줄여 준 게 경쟁력의 원천이 됐다. 왓챠플레이 유료 구독 전환 후 2개월차 잔존율은 70%다. 그만큼 추천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동영상 재생의 70% 이상이 개인화 추천에 의해 발생할 정도로 서비스가 자리를 잡은 상태다. 지난해에는 OTT 부문 브랜드 고객충성도 1위를 기록했다.

박태훈 왓챠 대표를 포함한 창업 멤버들은 사업 초기 영화를 즐겨 보는 ‘헤비 유저’ 60여 명을 모집해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서비스에 필요한 핵심 요소를 파악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보고 싶은 영화 관련 정보를 검색하는 데 소비자들이 너무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개인 맞춤형 큐레이팅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남들이 평가한 영화 별점리뷰의 ‘평균’만으로는 개인별 취향에 맞는 영화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해 영화별로 개인의 예상 별점을 추측해 제공할 수 있는 알고리즘 개발에도 힘썼다.

 

박 대표는 “넷플릭스가 세계 최고 온라인 방송국을 꿈꾼다면, 왓챠플레이는 고객의 선호에 맞게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세계 최대 온라인 비디오 가게”라며 “우리가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성향과 콘텐츠를 분석하는 등의 서비스를 CP들에 제공해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인화, 자동화, 추천'이 성공 키워드

왓챠 박태훈 대표(36)는 KAIST 전산학과에 재학 중이던 2011년 친구들과 함께 프로그램스(왓챠의 전신)를 설립했다. 이듬해 영화 등 동영상 콘텐츠의 리뷰와 평점 등을 제공하는 왓챠를 출범시켰다. 이후 4년 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플레이를 선보였다. 사업 초기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한국의 넥플릭스'로 통하면서 점차 입지를 다졌다.

2012년 ‘김범수 케이큐브벤처스(카카오벤처스의 전신)의 1호 벤처’로 선정돼 투자를 받기 전엔 야근 후 찜질방 비용을 아끼려 사무실 바닥과 차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총 202억원 규모의 시리즈 투자도 이끌어냈다. 재무적 투자자로는 KDB산업은행과 네오플럭스, 아주IB투자 등이 참여했다.

박태훈 왓챠 대표(자료=왓챠)

박태훈 대표는  “사람들의 취향과 관심사가 다 다른데 똑같은 정보만 제공하는 당시 온라인 서비스에 불편함을 느꼈다”며 “대학에 입학한 2003년부터 만들고 싶은 인터넷 서비스 아이디어를 모아 엑셀 파일로 정리를 했다. 산업기능요원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그 파일을 열어보니 40~50개의 아이디어가 모여있었다. 하나같이 개인화, 자동화, 추천과 관련된 것들이었다”고 말했다.

시작은 영화였다. 박 대표는 “개인화 서비스 중에 가장 대중적이고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의미있는 분야가 뭘까 고민하다 영화를 선택했다”며 “영화는 장르, 주연, 조연, 감독, 박스오피스 스코어 등 정량화 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 개발 당시 멤버들 대부분이 영화를 좋아했고, 저 역시 대학을 다니면서 단편영화를 찍어볼 정도로 영화를 좋아한 것도 이유가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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