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② 문재인 대통령이 천명한 'AI 정부'..시급한 저작권법 전면 개정

-"저작권법상 AI 관련 불확실성 빨리 해소해야"..저작권법 전면 개정 시급한 이유는

박응식 기자 승인 2019.12.12 10:23 | 최종 수정 2019.12.12 11:23 의견 0

[디지털머니=박응식 기자]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인공지능(AI)이 그림을 그리고 소설을 쓰는 것은 물론, 작곡을 하는 시대가 열렸다.

언뜻 보면 사용자인 인간이 권리를 가질 것 같지만 AI를 창의적으로 운용하지 않았다면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28일 'AI 정부'를 선포했다. 향후 AI가 만들어내는 창작물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나, 아직까지 국내에서 AI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규정은 없다. AI 관련 지적재산권에 대한 법적ㆍ제도적 보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디지털머니는 2회에 걸쳐 AI의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문제를 짚어보기로 한다. 이번 순서는  AI 저작권에 대한 논의가 국내외에서 어떻게 전개되는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AI는 국가와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은 몇 년 전부터 AI 저작권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이제 논의를 시작하는 시점이다.

앞서가는 구글 등 글로벌 기업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도 빅데이터 이용해 AI 개발이 필수지만 아직 '신호등'이 없는 상황에서 해외 기업을 따라갈 수 조차 없다.

현행법상 저작권자가 소송을 걸면 기업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위험을 감내하고 빅데이터를 이용해 AI 서비스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은 없다.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의 격차는 매일 벌어지고 있다. AI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들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산업계에서는 저작권법상 불확실성 때문에 AI 기술과 산업에 적극 대응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기업은 정부가 AI 재료가 되는 빅데이터에 대한 저작권 법·제도를 하루빨리 재정비해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AI 시대, 범부처 차원 '저작권법' 전면 손질

정부가 인공지능(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에 저작권법 전면 개정안을 발의한다. 이달 중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연구반을 구성, 개정안을 준비한다. 핵심은 데이터 수집에 대한 저작권 반영 여부와 AI 창작물에 대한 권리보호 방안이다.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도 AI 관련 지식재산 정책 방향을 안건으로 상정하는 등 범 부처 차원의 논의를 시작한다.

윤성천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국장은 지난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AI 산업 발전을 위한 저작권 법령 개선 토론회'에 참석, 이같은 계획을 밝혔다.

윤 국장은 “이달 중에 외부 전문가 등 10여명으로 구성된 '4차 산업혁명 시대 저작권법 개정 연구반'을 발족시킨다”면서 “내년 5월까지 운영한 후 6월에는 개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I산업발전을 위한 저작권 법령 개선 토론회'가 지난 9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렸다.(시진=이상민 의원실 제공)

연구반은 내년 3월까지 개정안 골자를 도출한다. 이후 2개월 간 공청회와 간담회 등을 거쳐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한 뒤 6월 21대 국회 개원 후 개정안을 내놓는다.

현 저작권법은 2006년 전면 개정 이후 14차례에 걸쳐 일부 개정됐다. 산만해진 법조문 및 용어 제한, 예외 규정을 대상으로 AI 등 새로운 기술과 산업 등에 맞는 재정비가 필요하다.

전면 개정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AI 창작물 보호 방안과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한 저작권 제한이다. 현행법에서 저작물의 핵심은 인간이다. AI에 관한 근거는 없다.

AI 학습과 기술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 수집 및 활용에 대한 저작권도 명확한 규정이 없다. 윤 국장은 “AI 산업은 기존 저작물의 대량 이용이 불가피하다”면서 “'공정이용' 법리에 따라 자유로운 이용이 가능하다는 해석도 있지만 기업에는 불확실성이 높아 어려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해외에서는 수년 전부터 논의 시작

유럽, 일본, 미국 등 주요 국가는 수년 전 부터 인공지능(AI) 관련 저작권 논의를 시작했다. 이들 국가는 AI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 등과 관련된 저작권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인식했다.

AI는 빅데이터를 소재로 머신러닝과 딥러닝 방식의 학습을 통해 특정한 결과를 구현하는 기술이다. 이를 위해 데이터를 수집, 저장 처리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복제, 전송 등의 과정이 필요하다. 빅데이터를 분석해 통계적 규칙, 경향 등 가치있는 정보를 찾아내는 것을 텍스트 및 데이터 마이닝(TDM)이라고 한다. TDM 분석 대상인 데이터에 타인의 저작물이 포함되면 저작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빅데이터 활용을 제한하는 요소다. 저작물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저작권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빅데이터에 포함된 모든 저작권자에게 일일이 동의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올해 4월 '디지털 단일시장에서의 저작권에 관한 유럽의회 및 위원회 지침 2019/790'에 따라 TDM을 위한 입법지침을 마련했다. 타인의 저작물을 활용한 TDM은 학문적 연구 목적 또는 문화유산기구의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허용된다. TDM을 위해 제작된 저작물의 복제물 등은 보안조치를 취한 후 저장할 수 있다. 학문적 연구를 위해서도 계속 보유할 수 있다.

회원국은 동 지침 제 29조에 따라 오는 2021년 6월 7일까지 자국법을 개정해야 한다. 프랑스, 독일 등 일부 회원국은 동 지침 제정 이전에 관련법을 개정해서 TDM을 허용하고 있다. 지침 제정은 TDM에 대한 유럽의 통일적 기준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일본은 저작권법을 개정해 저작권자의 승낙을 얻지 못하더라도 이를 사용할 수 있는 범위를 포괄적으로 확장했다.

일본 저작권법 30조 4는 저작물에 표현된 사상 또는 감정의 이용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면서 저작권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는 경우에 필요한 한도에서 저작물을 제한없이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저작물 사용 범위를 정보해석용으로 포괄적으로 명기해 자신을 위해 제공하는 경우만 아니라 AI데이터를 생성하는 타인을 위해서도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

미국은 TDM을 허용하는 별도 법을 제정하지는 않았지만 판례를 통해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기준에 따라 타인의 저작물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국 저작권법에서 공정이용이란 저작권자의 저작물 사용이 합법적인지 아닌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사용되는 법적 개념이다.

2014년 연방 제 2항소법원은 저작물 전체 텍스트 검색을 허용하기 위해 대학 및 전문 도서관이 저작물을 디지털화하는 행위는 공정이용에 해당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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