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① 미중 패권다툼, 이제는 '디지털 화폐 전쟁'으로

박응식 기자 승인 2020.01.29 16:42 | 최종 수정 2020.01.29 16:44 의견 0
 

[디지털머니=박응식 기자] 중국과 미국 간 통상 패권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해 연말에  겨우 일단락됐다. 하지만 양국의 갈등은 언제든지 다시 점화될 수 있는 상태로 그 전장은 디지털 화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올 상반기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를 만들어 달러 패권에 도전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CBDC 발행 움직임에 최근 일본과 영국·유럽 중앙은행들은 디지털화폐(CBDC) 발행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공동연구를 추진하기로 했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발행에 전 세계 통화질서가 흔들릴 것을 우려한 선진국들이 중국을 견제하는 공동전선을 구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디지털머니는 중국이 촉발한 '디지털 화폐 전쟁'을 3회에 걸쳐 진단한다. 이번에는 첫번째 순서로 중국이 CBDC 발행을 서두르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본다.[편집자 주] 

최근 블록체인 업계 소식통을 인용한 중국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1000억 위안(약 17조원) 규모의 디지털 위안화 발행을 준비 중이다. 

첫 도입 무대는 선전과 쑤저우다. 두 도시는 각각 홍콩과 상하이에 인접해 있다. 중국의 교역과 국제금융 중심지에서 무역결제와 자금 송금을 통해 디지털 위안화를 세계로 유통시키겠다는 것이다.

중국이 준비중인 디지털 위안화는 리브라·비트코인·이더리움 같은 가상화폐가 아니라, 알리페이·위챗페이처럼 실물 결제용으로 사용되는 디지털 화폐다.

액면가가 고정돼 있고 법정 화폐라는 점에서 민간기업들이 발행하는 가상화폐와는 다르다. 중국 국영은행은 물론 이동통신사·텐센트·알리바바 등이 참여해 거대 위안화 디지털통화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더불어 암호화폐 거래소를 정부의 인·허가제로 바꿔 중앙정부가 통제할 계획이다. 중국은 중앙정부의 지원으로 블록체인응용연구센터·글로벌 블록체인 비즈니스 협의회 중국센터·중관촌 블록체인연맹·중국 전자학회블록체인전문위원회 등 약 20개 조직을 만들어 연구·개발(R&D)에 나서고 있다.

중국 공업신식화부(CMIIT)는 ‘전국 블록체인 및 분산식 장부 기술 표준화 기술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체계적 생태계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블록체인을 활용한 위안화 CBDC를 통해 새로운 제국을 건설하겠다고 선전포고를 날린 셈이다.

■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 발행을 서두르는 이유

중국은 왜 CBDC에 속도를 낼까. 시장에선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영향력을 줄이고 ‘위안화 국제화’에 시동을 걸려는 의도로 분석한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달러 기축통화에 강하게 문제 제기를 했다. 또 지난 2014년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한 디지털 화폐 발행을 연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을 새로운 기축통화로 활용하자며 미국을 자극해왔다. 물론 중국 정부는 탈세·자금세탁 등 지하경제 양성화를 표면적 이유로 밝혔다. 그러나 물밑에서는 제3세계 국가들의 참여를 호소하며 디지털 위안화 생태계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은 인민은행의 디지털 화폐가 기축 통화로서의 달러 영향력을 흔들고 위안화의 국제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용이 편리한 디지털 화폐를 외국인이 많이 사용하면 그만큼 위안화 위상이 올라갈 것이란 기대다.

미국과 중국의 화폐 주도권 싸움이 한창인 가운데 중국 위안화는 미국 달러의 위상에 한참 뒤진다.국제은행간 통신협회(SWIFT)의 조사에 따르면, 위안화의 결제비중은 전세계에서 약 1.95%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디지털 경제에선 다르다. 중국은 이미 알리페이(Alipay)와 위쳇페이(WeChat Pay)등을 바탕으로 디지털 금융서비스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중국일보는 인민은행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 "초기엔 CBDC가 중국내에서만 사용되겠지만 CBDC 발행 목표의 하나는 각국 환율 차이를 없애 해외 송금 및 결제를 쉽게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국제 금융계에선 중국 움직임에 대해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이 가상화폐 분야에서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는 페이스북에 규제를 가하고 있어, 중국이 시장을 선점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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