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③ 쓰레기‧에너지‧하천 문제, 이제는 '리빙랩'이 해결한다.

박응식 기자 승인 2020.01.28 11:55 | 최종 수정 2020.01.28 11:58 의견 0

[디지털머니=박응식 기자] 지역 내 주차난이나 악취 문제부터 도시재생사업까지 과학기술을 접목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리빙랩(Living-Lab)' 기반 사회문제해결 기술개발이 본격 추진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역현장 맞춤형 사회문제해결, 긴급현안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기술개발 등에 180억 원을 투자하는 2020년도 추진·계획을 확정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고 21일 밝혔다.

리빙랩은 MIT 교수가 처음으로 제시한 개념으로 ‘살아있는 실험실’, ‘일상생활 실험실’, ‘우리마을 실험실’ 등으로 해석되며, 사용자가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사용자 참여형 혁신공간’을 말한다.그러나 많은 이들에게 리빙랩은 여전히 낯설다. 리빙랩은 무엇이며, 국내외에서 어떤 성공 사례가 있는지 3회에 걸쳐 살펴본다. 이번에는 세번째 순서로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리빙랩 사례를 들여다본다.[편집자 주] 

 

■ 서울시 북촌 한옥마을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대에 들어와 리빙랩이 시작됐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우선 서울시의 '북촌한옥마을 IoT 리빙랩' 시범사업이 있다.

북촌은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하나다.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전세계 각지에서 몰려와 북촌 한옥 마을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돌아간다.

그러나 그 이면엔 북촌을 생활공간으로 터 잡고 살아가는 주민들의 고통이 존재한다. 관광버스 때문에 불거지는 주차 문제, 소음과 사생활 침해로 주민의 삶이 위협받을 정도다. 관광객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도 문제다. 그렇다고 관광객의 북촌 출입을 막을 수 없다. 북촌에서 터 잡고 활동하는 소상공인에게 관광객은 소중한 고객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2015년 10월,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에 ‘아이오티(IoT) 리빙랩’을 띄웠다. 한옥마을을 사물인터넷 실험실로 개방하는 프로젝트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관광객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 문제를 단속을 통해 해결하는 대신, 재활용 쓰레기를 넣으면 북촌 지역 상점에서 활용할 수 있는 포인트로 바꿔주는 ‘스마트 쓰레기통’을 도입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그 결과 지역 주민들의 생활에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 관광객들에게는 북촌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위치 정보 및 지도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 서울시 성대골 에너지 자립마을

서울시 동작구에 위치한 성대골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마을 주민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위한 ‘성대골의 에너지 전환 전략과 리빙랩’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12년 서울시가 추진 중이던 에너지 자립마을 사업에 선정됐고, 그 후 마을주민, 사회적 기업가, 기술전문가, 공무원, NGO(비정부기구) 등이 협의체를 구성했다. 2016년부터는 미니태양광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성대골 리빙랩을 매개로 연구하는 지역 주민을 지칭하는 ‘마을연구원’이 탄생했다.

 

성대골은 태양광 발전과 태양열 온풍기 설치, 에너지 카, 건물단열사업, 화목난로 등을 설치하면서 에너지 자립마을을 목표로 다양한 실험을 전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마을 주민과 업체 간 워크숍을 진행해 주민이 직접 설치하고 싶은 기술을 선택하는 식으로 소통했다. 그 외에도 11차례에 이르는 꾸준한 회의를 통해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의견을 수렴해 나갔다. 이를 통해 성대골은 에너지 자립마을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 대전시 유성구 '건너유' 프로젝트 

‘건너유’는 2014년 대전에서 이뤄진 리빙랩 프로젝트였다. 대전시 유성구에 위치한 '물고기다리'에서는 비가 많이 내리면 안전사고가 빈번히 발생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이 나섰던 것이다.

지역 주민은 대전시 사회적자본지원센터의 지원을 바탕으로 청년 메이커커뮤니티와 합세해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확인이 가능한 웹 서비스를 개발했다. 서버 및 모바일 시스템은 오픈소스 하드웨어인 아두이노를 활용해 구현했으며, 반복적인 개선을 통해 완성도를 높였다.

건너유 프로젝트에서 제작한 스마트폰 어플

그 과정에서 스마트폰 자체 이용, IP카메라, 웹캠 등을 활용한 해결 방안이 나왔으며, 이 중 IP 카메라를 도입해 하천 범람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웹서비스를 개발해 시민 불편 해소에 나섰다. IP 카메라 설치에 필요한 태양관 패널 실물 모형을 제작하고, IP 카메라 설치 모듈 프로토타이핑 인터넷 네트워크 테스트를 진행했다. 또, 다리 인근 횡단보도와 버스정류장 등 시민 이용 시설 현황과 효율성을 점검해 문제 파악에 나섰다.

.■ 전국으로 확산되는 리빙랩

최근에는 리빙랩이 일종의 붐을 맞이하고 있다. 성남시는 고령친화종합체험관을 매개로 고령친화제품 개발에 노인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리빙랩을 운영하고 있다.

포항시의 '포항을 바꾸는 100일의 생활실험: 시민과 함께하는 포항의 미래' 사례도 있다. 외국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포항지역 공간 정보, 쓰레기 분리수거, 송도해수욕장 쓰레기 처리 등을 시민들의 참여로 해결했다.포항시는 포항테크노파크 주도로 지역사회 현안을 해결하는 데 대학을 참여시키는 리빙랩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시는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매개로 스마트시티 조성사업에 리빙랩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대전시는 '센서기반 오정동 농수산물 시장 관리 리빙랩'을 시범적으로 운영해 악취·주차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변화의 분위기를 이끌었다.

중앙정부의 경우에도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개발사업’과 ‘에너지기술 수용성 제고 및 사업화 촉진 사업’ 등을 통해 리빙랩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2017년에는 리빙랩 연구자와 활동가를 중심으로 '한국 리빙랩 네트워크'가 결성돼 전국 곳곳을 누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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