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전망] 유통가 뜨겁게 달굴 키워드 '리테일 테크'..ICT는 '디지털 열쇠'

박응식 기자 승인 2020.01.03 15:07 | 최종 수정 2020.11.16 09:27 의견 0
리테일테크는 소매(Retail)와 기술(tech)을 합성한 말이다. 마트, 편의점, 백화점 등 전통적인 오프라인 소매점과 이커머스, 방문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ICT 기술을 접목한다. (자료=디지털머니)

[디지털머니=박응식 기자] 주요 유통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은 2020년 경자년을 맞아 급변하는 유통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변화가 필수임을 역설했다. 특히 미래산업 역량을 강화하고자 사업구조의 디지털 전환(DT·Digital Transformation)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중에서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고추냉이' 비유는 혁신적인 변화를 주문하는 강력한 주술처럼 들렸다.

정 부회장은 “‘쓴 고추냉이 속에 붙어사는 벌레에게 세상은 고추냉이가 전부’라는 말처럼 관습의 달콤함에 빠지면 결국 쇠퇴할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기존의 관습에 젖어서는 생존이 어렵게 느껴지고 있는 유통업계를 올 한해 뜨겁게 달굴 것으로 여겨지는 화두가 있다. '리테일 테크(Retail Tech)'가 그것이다.

리테일테크는 소매(Retail)와 기술(tech)을 합성한 말로 마트, 편의점, 백화점 등 전통적인 오프라인 소매점과 이커머스, 방문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ICT 기술을 접목한 것을 뜻한다. 아마존의 무인점포 시스템 '아마존 고', 알리바바의 슈퍼마켓 '허마' 등이 대표적 사례다.

■ 한국판 '아마존 고'로 떠오른 '이마트24 김포DC점'

3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주요 유통 그룹사들은 최근 '리테일 테크'에 사활을 걸고 관련 기술 개발·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한 음성 쇼핑부터 가상 쇼핑몰 구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상품 추천 서비스, 안면인식·핸드페이 결제 시스템 등 다양한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에서 리테일 테크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신세계그룹이다. 신세계그룹은 ICT계열사인 신세계I&C를 통해 SSG페이에 '바로결제'를 도입하고 이마트24 무인편의점 매장을 운영해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에 위치한 이마트24 김포데이터센터(DC)점을 '한국형 아마존고'와 같은 무인결제가 가능한 지점으로. 선보였다.

신세계아이앤씨가 경기도 김포 데이터센터에 오픈한 미래형 셀프 매장 '이마트24 김포DC점' (자료=이마트)

이마트24 김포DC점은 고객이 별도의 결제를 거치지 않고 물건을 들고 나가는 미래형 셀프매장으로 구성됐다. 고객이 SSG페이나 이마트24앱을 통해 발급된 입장 QR코드를 스캔하고 입장해 상품을 들고 나가면 SSG페이로 자동 결제되는 방식이다.

신세계I&C는 이 같은 매장 구현을 위해 30여대의 카메라로 고객을 인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또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에 자율주행 카트 '일라이'를 도입하고, 무인배송 실험을 진행하는 등 리테일 테크 도입에 전사적 역량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롯데백화점은 인공지능 채팅 봇 '로사'를 통해 백화점 전반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 고객들의 편의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AI 채팅 봇 '로사'

롯데마트는 '스마트 스토어'에 전자가격표시기와 디지털 게시판, 인공지능(AI) 서비스 안내로봇 등 차세대 스마트 기술들을 대거 도입해 점포 효율화를 꾀했다. 또 지난해 말 일부 상품을 제외한 전 상품에 QR코드를 도입해 고객이 상품에 대한 상세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롯데홈쇼핑도 모바일을 중심으로 ICT 기술 결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곳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온사이트 마케팅 툴과 챗봇서비스 '샬롯', 'AR 뷰', 'VR스트리트', '스마트아이' 등을 선보이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핸드페이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매장을 확대 중이며, 무인편의점 도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정지선 회장이 이끌고 있는 현대백화점그룹도 ‘리테일테크’ 실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8월 아마존 자회사인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미래형 유통매장 구현을 위한 전략적 협력 협약'을 맺고 스마트 스토어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협약을 통해 현대백화점은 오는 2020년 오픈하는 여의도점에 아마존의 '저스트 워크 아웃' 기술을 활용한 무인매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기술이 적용되면 고객이 매장에서 걸어 나오면 자동으로 상품이 결제된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나이키 VR스토어 (사진=더현대닷컴 제공)

또 더현대닷컴은 지난해 증강현실(AR)을 활용한 메이크업 서비스를 도입해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메이크업 서비스는 고객들이 자신의 피부톤에 맞는 화장품을 찾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직접 방문할 필요 없이 화장품 색상을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다. 도입 후 한달 만에 누적 고객 1만여명이 이용했고, 화장품 상품군 전체 매출이 43.7% 신장하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2016년에는 유통업계 최초로 가상현실 기술을 적용한 ‘VR스토어’를 오픈했다. 오픈 당시 월평균 3000명 수준이던 이용 고객은 최근 1만1000명을 돌파했다. 이외에도 지난해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상품을 추천해 주는 ‘딥스캔(deep scan)’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기술을 유통에 접목시키고 있다.

■ '소매업의 종말' 현실이 될 것인가..'리테일테크'가 좌우

앞으로 리테일테크를 적극 활용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에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에 있어 적지 않은 격차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는 오프라인 기반의 유통업체들이 계속 파산하는 현상을 일컬어 ‘소매업의 종말(Retail Apocalypse)’이라고 말한다.

지난달 19일(현지시각) 시장 조사 업체 코어사이트 리서치에 따르면 연초 이후 최근까지 미국 소매업계의 영업점 폐쇄가 9302건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59% 급증한 수치다. 또 지난 2012년 데이터 집계 이후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아마존을 포함한 인터넷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늘어나면서 전통적인 소매 업체의 파산이 급증한 결과다.

과거 유통산업을 지배하던 전통적인 소매점 기반의 유통업체들은 인터넷·모바일 시대를 거치며 지속적으로 시장점유율이 추락하면서 업계 주도권을 잃게 됐으며, 이제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특히 지난 2017년 9월 미국의 유명 완구 유통업체 토이저러스(Toys‘R’Us)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업계에 충격을 줬다. 토이저러스는 1948년 설립 이후 소비자들로부터 한때 큰 사랑을 받았지만, 결국 올해 6월 29일 미 전역에 있는 모든 매장의 문을 닫고 폐업했다.

‘미국 백화점의 상징’으로 꼽히는 시어스도 지난 2017년 150개 매장을 폐업한 데 이어, 최근 70여 개 매장의 문을 닫았다. 이런 기록적인 소매업체 폐업 분위기와 관련해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미국 소매업의 종말”이라고 비유했다.

반면, 월마트의 변신은 성공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월마트는 지난 2014년 이후 고객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목표 아래 신기술 적용을 빠르게 진행, 지난해 약 120억 달러를 블록체인, AI, VR 등 IT산업에 투자했다.

이뿐만 아니라 월마트는 지속적인 혁신 활동과 차별화된 기술 보호를 위해 2012년 이후 매년 특허 출원 100건을 넘기고 있으며, 2017년에는 596개의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이러한 투자와 특허 전략을 바탕으로 월마트는 지난 2분기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실적(1천304억 달러 중 미국 내 매출은 전년대비 2.9% 증가한 852억 달러)을 기록했다

이제 아마존, 알리바바 등과 같은 거대 e커머스 기업들이 인공지능, 로봇, 클라우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의 최신 테크놀로지로 무장하고 유통산업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에 전통적인 유통업체들도 최신 리테일테크를 적극 도입하고 있으며 이를 도와주는 스타트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는 추세다.

예를 들어 리테일넥스트(RetailNext)는 매장에 방문하는 고객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고 시각화해서 매출 신장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리테일넥스트는 이를 위해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술을 종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리테일넥스트가 선보인 오로라(Aurora)라는 명칭의 장치는 매장 천장에 설치해 고객의 동선과 행동을 측정하는 사물인터넷 센서다. 이 장치와 통합된 인공지능 서비스는 취합된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 정보와 동선이 의미하는 인사이트를 찾아내고 비즈니스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추천한다. 리테일넥스트는 2007년 설립됐으며 사업적 가치와 기술력을 인정받아 퀄컴, 아메리칸 엑스프레스 등으로부터 총 1억84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저작권자> 디지털 세상을 읽는 미디어 ⓒ디지털머니 | 재배포할 때에는 출처를 표기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