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업체 딜리버리히어로에 '배달의민족' 4조7500억원에 매각한 김봉진은 누구?

- 국내 배달앱 1·2위 업체 합병…국내 인터넷기업 최대 '딜'
- 합작법인 세워 아시아시장 공동진출…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지휘

박응식 기자 승인 2019.12.14 14:22 | 최종 수정 2019.12.14 16:35 의견 0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디지털머니=박응식 기자] 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배달 서비스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에 전격 매각되면서 토종 배달앱을 기업가치 4조7500억원 규모로 키워낸 '경영하는 디자이너' 김봉진 대표(43)의 이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번 딜은 토종 인터넷 기업의 M&A 역사상 최대 규모다.

김봉진 대표는 '공고' 출신에 전공도 경영이나 기술과는 거리가 먼 디자인으로 정통 엘리트 코스를 밟은 대부분의 성공한 경영자들의 삶과는 대조되는 인물이라 더욱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1976년 전남 완도에서 태어난 그의 유년기는 그다지 유복하지 않았다. 공부에도 취미가 없어 공고 재학 시절 성적은 꼴찌 수준이었다. 대신 어릴 때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집안 사정으로 미술학원도 다니지 못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돼서야 겨우 본래 뜻을 두고 있는 미술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부친을 설득해 디자인학원을 다니며 입시를 준비했고 다른 대학보다 실기 비중이 높은 서울예술대 실내디자인학과에 진학했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 그는 주로 광고와 정보통신과학(ICT) 분야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이모션·네오위즈 등을 거치며 커리어를 쌓은 그는 2008년에 처음 창업에 도전한다.

첫 도전 분야는 ‘가구’였다. 그가 내놓은 수제 디자인 가구사업은 완성도 높은 디자인으로 언론에도 몇 차례 소개되면서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높은 단가와 낮은 사업성으로 결과적으로 실패를 거두고 만다. 첫 번째 사업으로 김봉진은 2억원이라는 막대한 빚이 생겼다.

폐업 후 낮에는 NHN에서 디자이너로 밤에는 다른 디자인 시안 일감을 수주해 일하며 빚을 갚았다. 그리고 빚을 채 다 갚기도 전인 2010년 그는 다시 창업에 도전한다.

김 대표가 커리어를 쌓아 온 ICT분야에서 친화적인 사업을 비즈니스 모델로 삼았다. 이 분야 전문 디자이너 5명과 세운 회사는 UX 컨설팅 업체인 ‘플러엑스’였다. 시작은 ICT 전문가인 친형들과의 공동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형들이 앱을 만들면 플러스엑스가 디자인을 입히는 형태였다.

그는 공동 창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다. 국민대 대학원에 진학해 다시 한번 디자인을 배우기 시작했다. 시각디자인 석사 과정 중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혁명이 찾아왔다.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전개해 나가게 된다.

김 대표는 다양한 앱을 내놓으며 시장성을 테스트했다. 스마트폰으로 영수증을 찍으면 자동으로 입력이 되는 서비스, 오픈마켓 셀러를 겨냥한 주문량 파악 서비스 등 다양한 앱 서비스를 시도했다.

그 중 김봉진이 주목한 분야는 ‘전화번호’였다. 스마트폰용 전화번호부 앱을 만들고자 했으나 수익성과 확장성, 데이터베이스(DB) 구축에 어려움을 느끼고 전화번호를 제공하는 다른 형태 앱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다른 곳은 배달음식 전화번호 즉 ‘전단지’였다.

그는 배달의민족이 초창기 버전에 해당하는 전단지 앱 개발에 착수하게 된다. 앱 디자인은 김봉진이, 클라이언트 개발은 그의 셋째 형이 담당했다. 당시 배달의민족은 첫 전단지 배달앱은 아니었다. 이미 '배달통'과 '배달114' 등 경쟁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직접 길거리를 다니며 모은 5만개의 전단지 DB, 여기에 매력적인 B급 정서 디자인이 사람들 눈길을 끌었다.

최초에는 전단지라는 서비스 방식을 유지한 채 지역 매니저를 두고 음식점 광고를 유치하는 영업 중심 사업 모델을 구상했다. 하지만 곧 직접 배달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형태로 방향을 다시 설정했다.

이 서비스의 가치를 알아본 엔젤투자팀 '본엔젤스'의 도움으로 김 대표는 지난 2010년 6월 '배달의민족'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를 통해 회사는 성장할 수 있었다. 배달의민족은 앱 출시와 동시에 앱스토어 1위를 기록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10년 이상 디자인 경력을 쌓은 김 대표는 회사를 경영하며 '키치'(본래 목적에서 벗어난 사이비 등을 뜻하는 미술용어), '패러디'를 브랜딩에 접목했다. 김 대표는 배달의민족을 'B급문화를 가진 플랫폼'으로 포지셔닝하고 '다이어트는 포토샵으로', '고기 맛이 고기서 고기지' 등과 같은 패러디 문구를 포스터로 만들었다.

배달의민족은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로 구성된 TV 광고와 'OO야, 넌 먹을 때 제일 예뻐" 같은 옥외광고로 2030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브랜드 가치를 올렸다. 나아가 배달의민족은 지난 2012년 자체 개발한 서체 '한나체'를 처음 출시한 뒤 주아체, 도현체 등 8종의 폰트를 개발해 무료로 배포하며 '디자인 잘 하는 배달 회사'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한편,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되면서 김봉진 대표는 양사가 싱가포르에 세운 합작회사(JV) '우아DH아시아' 회장자리로 옮겨간다. 국내 사업경영은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부사장이 맡는다. 김 부사장은 주총 등을 거쳐 내년 초 최고경영자로 취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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